우주는 단순히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천체가 서로 중력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역동적인 세계다. 특히 어떤 천체들은 엄청난 속도로 자전하며, 그 회전 속도는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적도 기준으로 약 1,670km/h에 달하지만, 우주에는 이보다 수백 배나 빠르게 회전하는 천체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빠른 회전은 형성 과정, 중력 붕괴, 자기장과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물리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때로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환경을 만들어낸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까지 발견된 천체들 중에서 가장 빠른 회전 속도를 기록한 천체 5가지를 소개하고, 그 원리와 특징을 분석해본다. 이 천체들은 중성자별, 백색왜성, 가스 행성 등 다양한 종류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빠른 회전이 미치는 물리적 영향을 살펴보면 우주의 신비로운 현상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중성자별 – PSR J1748-2446ad
중성자별은 초신성 폭발 후 남은 별의 핵이 엄청난 중력으로 붕괴하여 형성된 천체로, 극도로 밀집된 상태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천체 중 가장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은 PSR J1748-2446ad로, 초당 716회의 회전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속도로 환산하면 적도 부분의 회전 속도는 약 24% 빛의 속도(약 70,000km/s) 에 달한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빠른 자전이 가능한 이유는 중성자별의 형성 과정 때문이다. 거대한 항성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남은 잔해가 자체 중력으로 붕괴하면서, 원래 항성이 가지고 있던 각운동량이 보존된다. 이 과정에서 별의 크기는 급격히 줄어들지만, 회전 속도는 오히려 증가한다. 마치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몸에 가까이 붙이면 회전 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PSR J1748-2446ad는 펄서(pulsar) 유형의 중성자별로, 빠른 자전과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강한 전파 신호를 방출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과학자들은 이 천체의 회전 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 중성자별이 초당 1,000회 이상 회전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내부 구조가 붕괴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한계 속도를 고려했을 때 PSR J1748-2446ad는 거의 한계에 가까운 회전 속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빛의 속도에 도전하는 백색왜성 – HD 49798
백색왜성은 태양과 같은 항성이 핵융합을 멈춘 후 남게 되는 밀집된 천체로, 일반적으로 크기는 지구와 비슷하지만 질량은 태양에 가깝다. 보통 백색왜성의 회전 속도는 중성자별보다 느리지만, 일부 예외적으로 빠르게 회전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HD 49798이다.
HD 49798은 쌍성계의 일원으로, 동반 천체인 X선 펄서가 물질을 흡수하면서 회전 속도를 점점 증가시키고 있다. 현재 이 백색왜성의 자전 주기는 약 13초로, 일반적인 백색왜성보다 수백 배 빠른 속도를 보인다. 이는 단순한 각운동량 보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과학자들은 동반성이 제공하는 강한 중력적 상호작용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회전하는 백색왜성은 결국 중성자별로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백색왜성의 질량이 특정 한계를 넘으면 자체 중력에 의해 붕괴가 일어나 중성자별로 변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더욱 빠른 회전 속도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HD 49798은 현재까지 발견된 백색왜성 중 가장 빠르게 회전하는 천체 중 하나로, 향후 연구를 통해 그 진화 과정이 밝혀진다면 별의 마지막 단계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3. 태양계에서 가장 빠른 회전 속도를 가진 목성
태양계에서 가장 빠르게 자전하는 행성은 바로 목성이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지만, 하루(자전 주기)가 단 9시간 55분밖에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적도 부분의 회전 속도는 시속 45,300km에 달하며, 이는 태양계 행성 중에서 가장 빠른 수치다.
목성의 빠른 자전은 대기에 독특한 영향을 미친다. 목성의 대적점(적색 폭풍)과 같은 대규모 기상 현상은 이 빠른 회전으로 인해 더욱 강한 소용돌이를 형성하며, 극지방과 적도 사이의 기압 차이를 극대화한다. 또한, 목성의 강한 자기장 형성에도 자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기장은 목성 내부의 액체금속 수소층에서 발생하는데, 빠른 회전이 강한 전류를 유도해 태양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목성의 자전 속도는 오랜 기간 동안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미세한 속도 변화는 존재한다. 이는 내부 구조의 변화와 대기의 이동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4. 극한의 회전을 경험하는 초고속 항성 – VFTS 102
별들 중에서도 빠른 회전 속도를 보이는 항성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대마젤란 은하에서 발견된 VFTS 102이다. 이 별은 초당 600km 이상의 적도 회전 속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까지 발견된 항성 중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VFTS 102가 이렇게 빠르게 회전하게 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과거 동반성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즉, 두 개의 별이 서로 중력적으로 얽혀 있다가 한 별이 초신성 폭발로 날아가면서 남은 별이 빠른 회전을 유지하게 되었다는 가설이다.
이처럼 극도로 빠르게 회전하는 항성은 결국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회전 속도가 너무 빠르면 별의 외곽층이 중력보다 강한 원심력을 받게 되면서 점차 물질이 방출될 수 있다. 이는 초신성 폭발의 초기 조건을 형성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초고속 회전 천체는 우주의 신비를 푸는 열쇠
우주에는 다양한 이유로 초고속 회전을 하는 천체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우주의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성자별, 백색왜성, 가스 행성, 초고속 항성 등 각각의 특성에 따라 회전 속도가 결정되지만, 공통적으로 빠른 회전은 천체의 형성과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요인이 된다.
향후 더 강력한 관측 기술이 개발되면 지금보다 더 빠르게 회전하는 천체들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이 연구는 우주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